[저작권] 사진저작물 ‘솔섬’의 저작권 침해 관련 법정 공방

January 15, 2014 § Leave a comment

유명 사진작가가 풍경사진을 촬영한 장소에 다른 사진작가가 가서 앞의 작품과 유사한 구도에서 사진을 찍으면 이는 저작권 침해라 봐야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유명 작가가 찍은 풍경사진을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같은 구도로 찍는다거나, 아마츄어 사진가들이 그대로 흉내내서 찍어 보는 것만으로는 대체로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모방, 표절, 복제할 ‘의도’를 가지고 찍었으며,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경우입니다. 대개 사진을 둘러싼 저작권 침해 논란은 특정 사진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저작권자의 승낙없이 무단으로 사용해 문제가 되죠. 그런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영국의 사진작가  케나 사례 (대한항공 저작권 침해로 피소)는 사진을 그대로 복제해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사진을 촬영한 장소와 구도 등을 따라 촬영한 경우에 표절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입니다.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사진 작품 ‘솔섬’을 놓고 요즘 예술계와 법정 안팎에서 한참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솔섬’ 사진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 측(공근혜 갤러리)이 이 사진작품과 유사한 구도로 김성필 작가가 촬영한 사진을 광고에 사용한 대한항공을 상대로 3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죠. 2011년 8월 방영된 대한항공 광고 속 사진이 케나의 2007년 작품 ‘솔섬’을 표절했다는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한 공판이 1월 14일 있었고, 내한한 마이클 케나도 한국 법정에 섰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재판장 심우용) 심리로 열린 손해배상 청구 소송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입니다. 케나(좌)와 김성필(우)의 사진.
케나의 한국 측 에이전시인 공근혜갤러리와 마이클 케나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물에 비친 솔섬을 통해 물과 하늘과 나무가 조화를 이루는 앵글은 쉽게 잡을 수 없는 가장 핵심적인 작품 내용으로, 솔섬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 케나의 독창적인 표현 기법이다…케나가 전남 신안에서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촬영 시간대를 묻는 전화가 잇따를 정도로 케나의 사진을 따라 찍으려는 이들이 많다. 광고 사진도 케나의 방식을 따라한 것이다” (공근혜 갤러리)

“흑백과 컬러라는 점을 제외하면 촬영 구도와 이미지가 거의 동일하다. 모방작을 광고에 사용하자고 누가, 왜 결정했는지는 몰라도 대단히 실망스럽다”(마이클 케나)

공근혜갤러리 측은 전문가들에게 두 사진의 비교를 의뢰했는데 마이클 케나 사진과 김성필의 사진을 비율과 컬러를 맞추어 비교했을 때 소나무가 조금 더 자란 것을 제외하고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전히 겹쳐졌다며 의도적으로 사진을 모방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똑같은 사진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다음으로 케나 측의 입장에 동의하는 예술계 관계자들의 주장들을 보실까요.

“단순한 풍경 사진으로 동일한 피사체이기에 유사한 발상으로 출발한 것으로 판단되며 그림자의 크기를 봐도 근사치에 가까울 정도로 동일한 시간대에 촬영한 것으로 문제가 된 사진이 작품 아이디어와 촬영 장소·시간대, 카메라 렌즈의 포괄 각도 등으로 미뤄 ‘솔섬’을 그대로 복사한 모작이다”(사진 전문가)

“같은 피사체라도 표현하는 방식은 작가마다 다르다.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의 창작성과 분위기를 따라가려고 한 것은 문제다. 과거에 여러 사람이 찍었어도 케나 때문에 ‘솔섬’이 널리 알려진 만큼 그 부분에 편승하려고 한 것은 저작권과는 다른 차원에서 또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문화계 관계자)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이 같은 주장에 김성필 작가의 사진은 하늘의 모습과 컬러의 측면에서 케나의 사진과 다르며, 케나 이전에도 ‘솔섬’을 찍은 작가는 있었다며 원작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박합니다.

“해당 작품은 역동적인 구름과 태양의 빛이 어우러져 다양한 색채로 표현한 것으로 케나의 것과 전혀 다르다…케나 이전에도 솔섬을 촬영한 작가는 많고 자연경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촬영 가능한 것이어서 독점권을 주장할 수 없다”(대한항공)

“케나의 작품은 알고 있었지만, 똑같이 찍을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 해가 뜰 때쯤의 모습을 찍고 싶었고, 노출을 길게 줘서 구름의 흐름을 표현하고 싶었다. 당시 여러 점의 사진을 찍었고, 그렇게 얻은 사진 가운데 하나이다”(김성필 작가)

대한항공 측과 입장을 같이 하는 관련 전문가들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인공 구조물이 가미되지도 않은 순수한 자연 자체를 저작권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이는 저작권법의 본질적인 취지에도 맞지 않다”(한국사진저작권관리협회 남주환 사무국장)

“자연의 풍경은 누구의 소유일 수가 없다. 솔섬은 케나가 찍기 전부터 이미 아마추어 사진작가에게 널리 알려진 곳이다. 사물을 찍을 때 사진가가 독특하게 해석을 했거나 다른 작가가 전혀 찍은 일이 없는 새로운 소재를 찍었을 때 예술적인 창작을 했다고 보지만 이번 건은 그렇지 않다”(사진작가)

“섬을 누군가 인공으로 조성했거나 인위적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했다면 모르겠지만 케나의 작품이 유명해졌다고 해서 비슷한 각도에서 찍은 사진에 대해 전부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애매하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사진이 유명해지면서 많은 아마추어 사진가가 경주 남산에 소나무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이게 다 소송거리냐. 풍경에서 장소의 선점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사진학 교수)

한국 법원에서는 아직 ‘솔섬’ 사례와 유사한 사건, 즉 ‘사진 저작권’의 범위를 정하는 판례는 없습니다만, 한국 대법원의 사진저작물에 대한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진저작물은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돼야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된다”

풍경 사진, 특히 같은 피사체, 같은 구도를 담은 사진의 경우 우리 법원은 저작권 침해로 볼까요. 사진작가들은 물론이거니와 예술계와 저작권법 관계자들의 관심이 이번 판결에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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