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은밀한 돈과 미술품, 그 오해와 진실”

August 5, 2013 § Leave a comment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연일 기사화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장남 전재국의 예술품 수집과 관한 것입니다. 미술계에서도 예민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지요. 예술계의 전문가들은 이번 압수수색으로 인해 예술품 수집 자체를 불법 비자금 은닉 용도 정도로 인식하거나 예술품은 무조건 고가이며 주식처럼 투자 목적으로만 인식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전 씨 일가와 거래한 예술가나 딜러들은 나쁜 의도를 갖고 있거나 나쁜 행위를 한 것이라는 식의 세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검찰의 예술가와 예술품에 대한 태도가 부당하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미술계 관계자들이 모여 긴급좌담회를 열었습니다. 다음은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압수된 전재국 예술품에 대해.

 “자신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아니면 별로 귀담아 듣지도 않으면서 전문가라고 여기저기 불려다는 과정에서 모 언론사에서 지난 7월 19일 입수했다는 압수 미술품 목록을 봤습니다. 그런데 사실 별 게 없더라구요. 뭐 루시앙 프로이드다, 천경자다, 김종학이다 하면서 압수미술품 총액이 수 백 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떠들었던 검찰이나 언론이 글쎄요 어떻게 말을 바꾸어 나갈지 궁금합니다. 현재 약 300점을 압수했다고 하지만 그 리스트와 그간의 언론보도를 통해 살펴보면 그 중에서 1/3은 아르비방 관련 작가들을 포함한 90년대 작품들이고, 1/3은 아마도 작가나 작품제목을 밝힐 수 없는 소위 장식용, 사무용비품으로 분류될 만한 액자류 그리고 TV에 나온 압수과정에서 나왔던 불상이나 불두 등 흔히 말하는 서화, 골동류와 민화 등등이 1/3 정도 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됩니다. 따라서 100억이다 뭐다 말들이 많았지만 300여 점 중 쓸 만한 건 100점 정도. 나머지는 뭐 싸구려 액자 수준이라서. 대강 줄잡아 최대로 계산해도 5억 여 원이 될까 말까. 특히 서화 골동류의 경우 대개의 경우 진품보다는 가품이 많은 경우가 많죠. 그런 점에서 마음먹고 모은 소위 “콜렉션”은 아닌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아까 언급했지만 덧붙이자면 어느 언론에서 ‘전재국 컬렉션’이라고 지칭하던데 그런 걸 컬렉션이라고 하는 것은 미술에 대한 모독입니다. 컬렉션이란 나름대로 ‘가려 뽑아 모은’ 것이라야 하는데 전혀 그런 의지를 찾아볼 수 없어요. 사실 검찰이 미술품을 가지고 수사 초기 단계에서 너무 부풀렸고. 그 어떤 것 보다 소위 신문이나 방송에서 그림이 되니까 미술품에 주목하게 된 거라고 합시다. 그런데 실상 압수해 놓고 살펴보니 기대에 못 미쳐 난감한 상태인 거죠. 앞으로 정치가들의 재산 공개목록에 예술품이나 고서 등이 좀 들어있는 그런 재산공개 목록을 기대해 봅니다. 앞으론 좀 나오겠지요? (웃음) 제가 아는 한 전재국씨를 도와 미술품을 수집했다고 전해진 전 모씨의 경우 매우 깐깐하고 안목있는 사람이에요. 만일 그 사람이 조력자로 나섰다면 글쎄요 이렇게 잡탕이 되진 않았을 거예요. 그런 점에서 전문가의 손이나 눈이 미치지 않은 그렇고 그런 권력자, 재산가 집안 창고에 들어있는 그런 수준의 것이라 짐작됩니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미술품을 사들이고 후원하는 그 자체를 비난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미술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전두환과 그 일가, 신군부 가문이 가졌다는, 현재 드러난 300여점의 천박함을 보세요. 어떤 이가 이번에 모 일간지에 인터뷰한 것을 보니, ‘장남 전재국이 92년 미국에 가서 날이 추웠는데 피카소를 보기 위해 2시간 이상 줄 서는 사람들을 인상적으로 봐서 미술애호가가 되었다’, ‘그가 프란시스 베이컨을 좋아한다.’ 등을 언급 했더라구요. 그래서 어떠했다는 말인가죠? 왜 그렇게 옹호하고 변호하는 거죠? 미술사가라는 직함이 부끄럽지 않은가요? 옹호하고 찬양할 가문을 가려서 해야되는 거 아닌가요?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죠. 만약 저 300점이 모두라면 천박한 것이고 또 감춰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하면 그건 또 뭔가요? 부끄러워서 감추는 건가요? 도대체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미술품 애호가랄 것도 못 되잖아요.” (최열 미술평론가)

예술품 수집이 비자금 조성용 또는 고가품이라는 인식에 대해 

 “유난히 뭔 얘기만 나오면 으레 ‘미술작품이 비자금 조성용으로 쓰였다’는 게 기정사실화 돼 버려요. 동의할 수 없는 것이, 만일 비자금 조성으로 쓰인 것이라면 관련된 화랑 등도 자세히 조사받아야 되는데 사실 그렇지도 않거든요. CJ건만 해도 이 회장은 구속됐지만 검찰과 언론이 떠들었던 S화랑의 경우 관세법이나 탈세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고 벌금형을 받은바 있지만 비자금조성에 협력한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미술품=비자금’의 등식을 일반화 시킨 ‘행복한 눈물’ 사건도 결국은 그림과 비자금과의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했지요. 오리온 비자금사건에서도 미술품이 전면에 등장했지만 수사결과 비자금은 부동산거래로 조성 된 것이라면서요. 따라서 오늘날 미술품이나 서화 골동류의 문화재가 이런 대접을 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의 사회적 환경이 미술품에 대한 진정한 가치, 의미를 교육받거나 습득할 기회가 없다는 데에 있다고 봐요.”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그림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가, 그림이 고가의 투자품이라는 거고, 그 다음 오해가 작가들이 직접 팔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윤철규 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

검찰의 수사 방식에 대해. 

“거론 된 작가들의 인권은 아예 무시되었고 예술과 예술가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은 처사지요. 흉악범들에게도 인권을 보호해야한다고 하는 시대에 이들의 이름을 공공연하게 밝혔다는 사실은 이 나라, 시대의 공권력과 언론권력이 미술을, 문화를 대하는 태도의 일단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윤철규 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

“검찰 수사 방식에 대해 한마디 더하자면.. 삼성 용인 창고에 들어갈 때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특공대처럼 쳐들어가서 안타까웠어요. 미술품 압류는 조심해야 될 문제가 많은데”(최열 미술평론가)

*은밀한 돈과 미술품, 그 오해와 진실, 긴급좌담 보기 , 그리고 축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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